글쓰기와 노트

글쓰기와 노트 - 2023

윤사유
윤사유

@yunsh9323

가변설치, 2022

연구자는 2017년부터 작성한 17권의 비망록(備忘錄)을 가지고 있다.

비망록이라 부르는 까닭은 일기도, 메모도, 저널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살아있음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이 노트들은 젖어 있다.

축축하다 못해 툭 건드리면 물이 쏟아질 것 같다.

무언가에 너무나도 깊이 스며 온전히 짜낼 수 없는 단계이다.

이럴 때는 노트를 하나하나 빨래 건조대에 걸어 말려야 한다.

물을 적신 옷감은 안간힘을 써서 비틀어도 실 한 올 한 올에 물이 스며들어 여전히 축축하지 않은가.

만약 햇빛이 들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적막 속에서 긴 시간을 버텨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려야 한다.

언젠가 바싹 마른 천 위를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며 메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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