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시가 내게로 왔다 - 2023

윤사유
윤사유

@yunsh9323

2분 47초, 초단편영화, 2021

본 작품은 연구자가 자연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 중 하나로서, 나무에 대한 인상을 모스부호의 전자음과 결합하여 표현하였다.

대지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나무와 공통점이 많다. 첫째는 위로 자란다는 점이고, 둘째는 원통형의 모양이다. 연구자는 이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말을 한다는 점’을 세 번째 공통점으로 든다. 한여름 나무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았을 때 시선을 빼앗긴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여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모스부호로 표현하였다. 나무는 의인화된 인간으로, 나뭇잎을 통해 말을 한다.

영상의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집에서 의문의 소리를 들은 주인공이 소리의 정체를 찾아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0:41 초와 1:10 초의 일정한 전자음은 “Can you hear me?”이라는 뜻의 모스부호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나무는 우리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느냐고 말을 걸고 있다. 자연이, 대지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연구자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개개인의 마음속에는 드넓은 땅이 있다. 하늘이 있고, 나무가 자란다. 새들이 지저귀며, 먹이를 찾아 나서는 나귀가 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나무를 통해 말을 한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것이 있고, 욕망과 욕구와 야망이 있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어떠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용기이다. 영상 속 주인공이 어떤 소리를 들은 뒤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고, 혼란스러운 길 거리를 지나 숲으로 향한 것처럼 우리는 내면의 소리를 찾아 나설 용기를 지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시간 동안 지향해야 할 태도라고 연구자는 생각한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가 내게로 왔다.”라고. 연구자가 재해석한 ‘시’란 우리가 살아가는 드넓은 대지 위에 주어진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모스부호와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자아실현의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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